'우울과 자살'

링컨, 처칠, 옐친, 루소,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칼빈, 루터, 웨슬리, 키에르케고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울증에 시달린 인물들이었다는 점이다.

오늘날도 전 세계 인구 중 3억 4천만이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우울증은 우리와 매우 가까이있다. 또 기독교인이라고 유달리 예외도 아닌 듯 싶다.

이에 '목회자와 기독교인을 위한 정신질환의 이해' 세미나에서 문지현 씨(동화신경정신과 과장)가 진행한 '우울과 자살'강연은 눈길을 끌었다.

문 씨는 우울증 및 그와 밀접한 자살에 관련한 의학 지식을 대중에게 조목 조목 알기 쉽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 씨는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 취지에 걸맞게 신앙적인 분석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가정상담연구원과 한국기독정신의학회의 공동 주관으로 4-5일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개최됐으며 문 씨 외 여러 정신과 전문의들이 강사로 참여해 '식사장애와 다이어트', '인격장애', '스트레스와 탈진', '정신분열병', '알코올 중독' 등의 일상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신질환 문제들을 주제 삼아 강연했다.

문지현 과장의 강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우울증은 정서 장애에 속하는 정신과적 질병이다. 우울증이 '스트레스에 대해 보이는, 이해 가능한 반응', '의지가 약하다는 증거', '원가 얻어내려는 의식적 시도'라는 생각은 세간의 오해다.

우울증은 남성의 5-12%, 여성의 10-25%나 앓고 있는 병으로 1990년 15-44세 인구를 대상을 한 통계에 따르면 10대 장애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울증에서는 우울감, 에너지와 흥미의 상실, 불안, 죄책감, 집중력 감죄, 식욕의 변화,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이 관찰되는데, 영적으로는 하나님을 회피하거나 하나님께 매달리게 된다.

우울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유전적, 정신사회적으로 고루 찾아볼 수 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는 것이 답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가벼운 병이 아니다. 그것은 만성화되며 재발 경향이 높다.

첫 우울증 발병 전에는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번째 우울증부터는 생활 사건과 별 연관 없이 일어난다. 11세 이전 부모(중 한 명)를 잃는 것이 우울증이 생길 수 가장 유력한 사건이다. 가족의 기능도는 우울증의 회복 속도, 증상의 재발, 회복 후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성격에서 다 우울증이 생길 수 있지만 강박적 성격, 히스테리 성격인 경우 더 잘 생길 수 있다. 가장 우울증을 일으키기 쉬운 스트레스는 객관적인 지표를 떠나 개인이 받아들이기에 자신의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다.

영적 문제로 인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사단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감정적인 우울증 현상을 영적인 패배로 바꾸어 놓으려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울증의 영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엄연한 병인 우울증을 영적인 면만 부각시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에 꼭 따라오는 이야기가 자살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의 2/3이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자살을 실행한다. 또 자살 인구의 80%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자살은 인류의 1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매년 45만명이 자살한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5번째로 자살률이 높다.자살심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희망의 상실이다.

우울증은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이지만, 그것조차도 그리스도인에게는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유익이 될 수 있다. 선지자 엘리야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는데, 그것은 승리의 갈멜산이 아니라 우울에서 회복되던 호렙산에서 였다. 또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유명한 기독교 저술가 헨리 나우웬은 "우울의 시기는 깊은 정화의 시간이며, 새로운 내적 자유와 창의력을 얻는 기간이 되었다. 우울증은 나에게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