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편 연구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에 너희는 생명을 위해 짐을 지고 예루살렘 성문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제3부: 히브리 시의 특성에 대한 고찰

 

   구약에서 '시가서'라 말할 때는 대부분 '시편'과 '잠언' 그리고 '욥기'를 가리킨다. 그런데 시편은 시의 요소뿐만 아니라 얼마의 부분은 지혜를 다루고 있어 그 부분을 '지혜시'라고 불리기도 하며, 잠언과 욥기는 시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혜의 요소를 더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도서'와 함께 '지혜서'로 부르기도 한다. 본 서론은 이러한 분류를 따라 본문에서는 시가서의 특징, 즉 히브리 시의 특성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하고 지혜 문학의 특성과 히브리인의 지혜 개념에 대해서는 '잠언'의 서론 부분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Ⅰ. 구약성경에서의 시적 표현 사용    구약성경 중 3분의 1은 완전히 시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편, 잠언, 아가, 예레미야 애가, 오바댜, 미가, 나훔, 하박국, 스바냐서는 표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온전한 시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시로 이루어져 있는 성경들도 있는데 그것들은 욥기와 이사야, 그리고 호세아와 요엘, 아모스서이다. 예레미야서는 그 절반가량이 시로 되어 있다. 그리고 구약의 몇몇 책들, 이를테면 창세기, 출애굽기, 민수기, 신명기, 사사기, 사무엘상렷? 전도서, 에스겔, 다니엘, 스가랴서는 대체로 산문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이 시로 이루어져 있다. 구약성경 중 시가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은 책은 레위기, 룻기,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학개와 말라기의 일곱 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히브리 성경에 있어서 시의 사용은 대단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히브리 시의 특성과 구조를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히브리적 문체의 시들이 누가복음과 요한계시록에도 나타나는데 누가복음에는 눅 1:68-79의 '사가랴의 찬양' 부분과 눅 1:46-56의 '마리아의 찬양', 그리고 눅 2:29-32의 '시므온의 찬송'이 이러한 시적 표현을 사용하였고, 요한계시록에서는 계 4:11; 5:9, 10; 7:15-17; 11:17, 18; 15:3, 4; 18장; 19:1-8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 예수님의 여러 경구적인 표현에서도 히브리 시의 병행법적 구조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는 대체로 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Ⅱ. 히브리 시에 있어서의 전문적인 용어

 

   히브리 시에는 그 구조를 분해할 때 사용되는 몇 가지 전문적인 용어가 있다. 이에 대해 '시버스'(Sievers)는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시 문장의 '절'(Verse)에서 단일 리듬이나 악센트를 가지는 단어 또는 구를 '푸트'(foot)라 한다. 이러한 '푸트'는 행 또는 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이다. 두 개의 '푸트'가 모여서 '반행'(half-line)을 이루고 두 개의 '반행'이 모여서 하나의 '행'이 된다. 보통은 두 개의 행이 모여 한 절을 이루지만 가끔 세 개의 행이 모여 한 절을 이룰 때가 있다. 행은 영어로 '스틱'(Stich) 혹은 '코올런'(colon)이라 불리며, 때문에 반행은 '헤미스틱'(Hemistich) 혹은 '헤미코올런'(Hemicolon)이라 불린다. 이 외에도 절을 부를 때는 두 개의 행으로 이루어진 절은 '디스틱'(Distich)으로, 세 개의 행으로 이루어진 절은 '트리스틱'(Tristich), 혹은 '트리코올런'(Tricolon)이라 분류하여 부른다. 이제 이러한 용어들을 시 62:4을 예로 들어 도식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는 '입으로는'과 '축복이요', 그리고 '속으로는'과 '저주로다'라는 네 개의 '푸트'(foot)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네 개의 '푸트'가 다시 두 개씩 결합하여 '반행'(헤미스틱 또는 헤미코올런)을 이루고 두 개의 반행이 합쳐져 '행'(코올런 또는 스틱)인 '입으로는 축복이요 속으로는 저주로다'라는 문구가 이루어진 것이다.

  

 Ⅲ. 히브리 시의 특징    히브리 시의 대표적인 특징은 對句法, 또는 평행체라고도 불리는 병행법이다. 이것은 사상에 대해서는 사상으로, 구절에 대해서는 구절로, 그리고 낱말에 대해서는 낱말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유대인들의 독특한 창작 습관에 기인된 일종의 균형과 조화의 법칙이다. 이러한 병행법은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나 크게 '동의적 병행법'과 '반의적 병행법' 그리고 '종합적 병행법'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동의적 병행법

 

   동의적 병행벙이란 연속되는 마디 속에 동일한 사상이 반복되는 병행법이다. 그것은 병행법의 유형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쉽게 판별되는 유형이다. 시 24편은 이러한 동의적 병행법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대표적인 시이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중에 거하는 작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   여호와께서 그 터를 바다 위에 세우심이여/   강들 위에 건설하셨도다/ /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 누구며/   그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군고/ /(시 24:1-3).

 

   이러한 동의적 병행법에서 두 번째 마디는 의미의 더함이나 덜함이 없이 앞의 마디와 똑같은 사상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시 24편의 첫 번째 절에서 '땅'과 '세계'는 창조의 두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동일한 의미로서 창조의 전체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방법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강'과 '바다'도 똑같이 지하 깊숙한 곳의 물을 가리키고, '여호와의 산'은 '그의 거룩한 곳' 즉 '시온의 성전'을 지칭한다. 이러한 반복은 전적으로 미학적인 것으로 동일한 관념을 다른 말로 고쳐서 표현함으로 지속적이고도 영속적인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표현 기법이다.

 

   2. 반의적 병행법

 

   반의적 병행법은 사상의 대조나 반대되는 행을 서로 대조시켜 균형을 이루는 병행법이다. 이러한 반의적 병행법은 첫 구절의 뜻을 뒷 구절의 뜻이 더욱 밝혀 주기도 하며, 뒷 구절의 뜻을 첫 구절이 더욱 분명하게 해주고 강조해 주기도 함으로써 시를 보다 아름답고 박진감 있게 해준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시 1:6). 사람들 앞에 놓여 있는 두 가지의 삶의 길을 강조하는 잠언은 그 특수성 때문에 자연히 이러한 반의적 병행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예) '가난한 자는 그 이웃에게 미움을 받게 되나 부요한 자는 친구가 많으니라'(잠 14:20).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 20:29).

 

   3. 종합적 병행법

 

   종합적 병행법이란 균형을 이루는 마디들 속에 둘째 마디의 요소가 첫째 마디의 사상을 발전시키고 있는 형태의 병행법이다. 즉 둘째 행의 사상이 첫째 행의 의도와 사상을 완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 14:1은 이러한 종합적 병행법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한편 이러한 종합적 병행법을 병행법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반대가 일어나기도 했으나 두 개의 행이 양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병행법의 특징인 '휴지부'(한 사상과 다른 사상의 분명한 구분을 볼 수 있는 형태로서 휴식 부호를 뜻함)를 분명히 보이고 있으므로 분명한 병행법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한다. 이 외에도 종합적 병행법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 생각하는 의견도 대두되었으나 그러한 견해 역시 인정되지 못하였다.

 

  4. 그 밖의 병행법

 

   1) 교차 병행법

 

   '교차 병행법'이란 하나의 사상을 표현한 후 그러한 사상을 보충하는 두 개의 행을 소개하고 다시 맨 첫줄의 사상을 반복하여 강조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교차 병행법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시가 시 53:1이다.   a)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b) 주의 인자를 좇아서   c) 주의 많은 자비를 좇아서   d) 나의 죄과를 도말하소서   위의 배열에서 알 수 있듯이 교차 병행법이란 a-b, b-a 식으로 이러한 형식을 통해 마지막 행을 특별하게 강조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2) 점진적 병행법

 

   '점짐적 병행법'이란 '점진적'이라는 말 그대로 시의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주제를 향해 점차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너희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능력을 여호와께 돌리고 돌릴지어다'(시 29:1). 그러나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러한 점진적 병행법의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하기보다는 종합적 병행법의 한 분야로 보고 있다.

 

   Ⅳ. 히브리 시에 있어서의 운율(Metre)    고대 히브리 전승에는 운율에 대한 시사가 없었고 탈무드 역시 히브리 시의 운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세푸스'(Josephus)는 모세의 노래(참조, 출 15:1; 32:1)가 여섯 운율로 되었다고 했고, '빅켈'(Bickell)은 히브리 시각이 두 개의 음절로 되어 장단 혹은 단장으로 되어 있다고 했으며, '레이'(Ley)는 강음의 절수로 계산 히브리 시를 5음률의 3:2(3음절은 강음절 2음절은 약음절)가 특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시버스'(Sievers)는 강음 절만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두 약음절도 한 강음절과 동등하게 취급되었다고 생각하여 2:2, 3:3, 4:4, 4:3/3:4, 3:2/2:3 등의 여러 가지 운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의 주장처럼 히브리 시문에 3:2의 운율이 가장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다양한 병화가 내재되어 있고 드러나 운율이 히브리 시문 안에 있는 본문에서 추출한 것이 아니라 마소렛 본문의 발성과 병행구문을 감안하여 추출한 운율이므로 정확한 운율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히브리 시의 운율에 대한 정확한 견해는 여러 가지 운율이 추출되고 실제로 그것들이 성경 본문과 일치하기도 하나 정확한 운율은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그러한 가정 하에서 히브리 시의 운율로 추정되는 세 가지 유형의 운율을 나열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① 애도가-3:2(참조, 시 27:1), 또는 2:3(참조, 시 42:4; 79:13). ② 여섯 운율-3:3(참조, 렘 12:2) 혹은 2:2:2(참조, 시 59:6), ③ 일곱 운율 -4:3 혹은 2:2:3(참조, 렘 4:23).

 

   Ⅴ. 히브리 시에 있어서의 세속시와 종교시

 

   구약의 시의 양식은 대체로 '거룩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 시들은 종교적인 축제와 관련된 것들이었으며,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다루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들에는 가끔 공식적인 종교적 예배와는 무관하게 저작된 시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전쟁'(참조, 수 10:12, 13; 삿 5장), '피의 복수'(참조, 창 4:23, 24), 적에 대한 모욕, 즉 '조롱가'(참조, 민 21:27-30), '노동'(참조, 민 21:17, 18), '결혼'(참조, 창 24:60) 그리고, '죽음'(참조, 삼하 1:17-27) 등과 깊은 관계를 지닌 시들이다. 이러한 노래들은 대부분 성전 예배에서는 반복되지 않았으며, 대개 여호와라는 이름도 내포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시 전체를 종교적인 시에서 제외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종교적인 시와 세속적인 시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이것은 세속적인 시로 분류된 그러한 시들이 저작되었던 배경이 바로 종교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언시가 세속적인 기원의 양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추수하는 노래'(참조, 사 5:1-7), '경멸의 노래'(참조, 사 14:1-27;47장), '장송곡'(참조, 렘 9:17-22; 암 5:2), '승전가'(참조, 사 63:1-6; 나훔서), 그리고 '송사'(참조, 사 45:20, 21; 미 1:1-7) 등이다. 그러므로 비록 세속적인 시처럼 보일지라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성경에 기록된 시를 제외하거나 세속적인 것으로 경멸해서는 안 되며, 그들 모두를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이요 종교적인 시로 취급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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