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맺음말을 대신하며 : 한국교회의 위기와 새로운 성윤리
최근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일부 목회자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두 갈래의 반응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이러한 사건들을 해당 목회자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여 개 교회나 교단의 차원에서 그 목회자의 임무를 정지시키거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논의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식은 한국 교회의 보수적인 정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범죄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치리로 나이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부 목회자들의 이러한 문제가 다만 특정 목회자 개인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세속적인 성해방 앞에 교회의 전통적인 성도덕이 통제 능력을 상실하고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다시 이전의 강력한 성도덕을 교회와 사회에 복원하고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두 번째 해결책 역시 미봉책에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 강력한 성도덕이 장악했던 중세에 오히려 성직자들의 성적 문란이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전통적 성도덕의 부활은 오늘날 자행되고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성적 문란을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확산시키는 억압적 기제로 밖에 작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제 3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선한 몸”과 “창조의 질서로서의 성”에 대한 성서 신앙을 저버린 채, 한국 교회가 지금까지 통전적 존재로서의 성서적 인간관을 끊임없이 밀어내며 서구 교회사를 장악해 온 영육이원론적 인간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여성에게 정조관념을 강조함으로써 가부장제의 혈통을 통제하는 유교적 가족 제도를 결합시켜 ‘금욕적이고 성차별적인 성도덕’을 교회의 지배적인 가르침으로 삼았던 데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기저귀(생리대)를 찬 여성은 강대상에서 설교를 할 수 없다는 한 목사의 성차별적이며 동시에 반(反)육체적인 발언이 여신도를 자신의 사무실에 불러들여 그를 자신의 라헬이라고 부르며 온갖 난잡한 성추행을 자행 또 다른 목사의 범죄와 전혀 동떨어진 사건이 아닐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남성 목회자들에게서 자행되는 성적 문란과 범죄는 사람의 몸, 여성의 몸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성령의 전”(고전 6:19-20)으로 보지 못하고 다만 자녀 생산과 양육을 위한 도구로 여기거나 혹은 남성 목회자의 피치 못한 정욕을 은밀하게 해소하는 대상물로 여기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성문화를 지배해 온 금욕적이고 성차별적인 성도덕의 자리를 대신하고 나아가 목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들의 아름다운 성문화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있을까? 오늘날 한국교회의 일부 목회자들의 성문제가 중세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 문란의 데자뷰(deja vu)인 것처럼, 그 해결책 역시도 교회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세 성직자들의 성 문란의 문제는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온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교회의 분열, 보다 정확히 말해 새로운 개혁교회의 탄생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의 경제적.정치적 타락을 개혁할 뿐만 아니라 성직자들의 성과 결혼 문제까지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대표적으로 존 칼뱅을 언급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종교개혁자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인간에게 부여된 거룩한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해하며,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독신주의를 반대한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인간은 결혼을 통해 자신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하나님과도 연합하여 자기존재를 완성한다. 이에 결혼은 남녀의 계약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계약을 의미하는 거룩한 관계인 것이다.12)
그러나 칼뱅은 거룩한 관계로서의 결혼 관계에서 성문제를 금욕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바울과 같이 결혼한 부부는 자녀의 출산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욕정에 휘말려 실수나 범죄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부부간의 성관계를 유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13)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칼뱅이 부부간의 성적 만남을 다만 성욕의 실현(출산) 혹은 해소(쾌락)로 이해하는 바울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한 몸과 한 인격’이 되는 아름답고 거룩한 연합으로 이해했다는 점이다.
칼뱅의 부부관을 21세기의 새로운 성윤리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경제적, 사회적,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현대의 여성해방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16세기 칼뱅에게서는 여전히 가족과 사회, 교회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본질적으로 부여된 고정된 성역할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뱅의 가르침이 여전히 오늘날 한국교회에게 유용한 것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한국 교회의 많은 남성 목회자들은 자신의 아내를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완성하기 위해 만나는 존귀한 인격체이자 동반자(同伴者)로 여기지 못한 채, 목회를 보조하는 순종적인 동역자(同役者)로만 대하고 있다. 성장주의가 목회의 최고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목회자의 아내는 교회 안팎의 많은 고단한 일들을 음지에서 처리하며 ‘사모’라는 변종(變種)의 직책을 감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더 이상 여성으로서의 본인의 아름답고 성적인 매력을 남편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발산해서는 안 되는 정숙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에 한국교회의 상당수 목회자 부부의 성은 억압되거나 유기되고, 결과적으로 일반 성도와 똑같이 “몸을 입은 존재”로서 그들에게 태생적으로 내재된 성적 욕망은 부부관계 내에서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실수나 범죄에 휘말리게 하는 욕정으로 끊임없이 타락하는 위기에 노출되게 되었다.
결론을 맺자면,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성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성차별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성도덕으로 복귀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것은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성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축복받은 실존이기에, 억압이 아니라 올바른 성관계를 통해 아름답게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이제 한국교회는 “선한 몸”과 “아름다운 성”개념에 바탕을 둔 성서적 인간관을 회복해야 하며, 나아가 여전히 성차별적인 교회 제도를 실제적으로 개혁하여 남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새로운 성윤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성차별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성도덕에 익숙한 많은 목회자 부부들에 대한 올바른 성윤리 재교육이 요구되며, 동시에 새로운 목회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성윤리 교육을 의무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성 관념과 폭력적 행위를 습관적으로 범하는 이들을 목회 수련과정에서 조심스레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내부의 개혁의 목소리를 거부했던 중세 가톨릭교회의 전처를 우리 한국 개신교가 그대도 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각 주
1) 스탠리 그렌즈, 『성윤리학』, 남정우 옮김, 살림, 2003, 16쪽.
2) 게르하르트 폰 라트, 『국제성서주석-창세기』, 한국신학연구소, 1981, 81쪽.
3) 위의 책, 60-61쪽.
4) 『성윤리학』, 40쪽.
5) 위의 책, 41쪽. 괄호는 필자가 삽입.
6) 리처드 헤이스, 『신약의 윤리적 비전』, 유승원 옮김, IVF출판부, 2002, 88쪽.
7) 위의 책, 90쪽.
8) 위의 책, 92쪽.
9) 아우구스티누스, 『하나님의 도성』, 694-696쪽 참고.
10) 위의 책, 686쪽.
11) 지그문트 프로이드,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김정일 옮김, 열린책들, 2003, 65쪽 참고.
12) 이오갑, 『칼뱅의 인간』, 대한기독교서회, 2012, 242쪽 참고.
13) 위의 책, 252쪽.
김혜령 박사/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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