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구원을 위한 신학] 머리말

머리말

2005년도 십자가 마을 겨울 수련회 교재(울산 교육 수련원: 2005.1.7-19)로 사용했던 내용을 7년 만에 우리교회 최종훈 장로님의 수고에 의해서 다시 등장했다.

행함밖에 내놓게 없는 인간을 향하여 하나님께서는 언약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신다. 믿음은 행함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믿음이란 자신이 납득이 되는 것에만 반응을 나타내게 되어있으며, 납득이란 인간의 마음 속성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그 어떤 속성과의 일치성의 발현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점을 익히 아시기에 다음과 같이 대처하신다.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 되었나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그러므로 내가 저희에게 비유로 말하기는 저희가 보아도 보지 못하며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함이니라 이사야의 예언이 저희에게 이루었으니 일렀으되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이 백성들의 마음이 완악하여져서 그 귀는 듣기에 둔하고 눈은 감았으니 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을까 두려워 함이라 하였느니라”(마 13:11-15)

즉 믿지 못할 것을 하나님께서 제공하시고는 이 제공된 언약을 통해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 억지를 부르면서 “나는 믿었다”고 우기는지를 보시겠다는 것이다. 정작 언약의 완성자가 내왕했을 때, 제자들은 그 분을 포기하고 떠났고 사람들은 그분에게 모멸을 보냈다. 아무도 믿을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

종교라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기독교를 비롯해서 사람들이 종교를 발을 들여놓으면서 노골적으로 지옥 백성임을 노출한다.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방식이 본 글이 담겨 있다. 철학적으로는 자기로부터 시작해서 자기 세계관을 경유해서 자아실현의 환상을 담고서 귀환된다. 결국 자신이 자기를 신으로 확장시켜 놓고 섬기고 온 것이다.

여기에 시간과 법을 배경으로 깔아놓고서는 소망으로 스스로 힘을 북돋우고 자기 의를 시간의 흐름 따라 누적해놓고서는 거룩을 빙자하고 있다. 따라서 차라리 과학이 솔직하다.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 원리와 양자 역학은, 인간 자신마저 규정할 수 없는 대상이며 단지 에너지의 물결이 조합과 해체로 조성된 사물의 일시적 강도(强度)체에 불과함을 자백한다. 그리고 철학과 신학계를 조롱한다. “인간 이성(理性)을 긍정하고 그것을 도입하여 체계를 잡는 철학과 신학이여. 이제 최종 진리는 오직 과학뿐임을 인정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논리의 비약이나 미신(迷信)으로 간주하리라!”는 것이다.

철학과 신학계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가장 이성다운 것이 가장 선한 것이요 거룩한 것임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이성을 부정하므로서 자폭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이것이다. “인간은 과학으로도, 철학으로도, 신학으로서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최종 선언) 기어이 자신들이 불신자임을 고백하지 않고 버틴다. 왜 그런가? 매일매일 악령의 지시와 지배를 받아 가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 피 말고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 모으라는 악령의 지시를 마음 속 깊이 거절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2012년 6월 27일 이 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