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또 현장범으로 체포될 것입니다.
오늘, 나는 또 현장범으로 체포될 것입니다.
오늘,
나는 또 현장범으로 체포될 것입니다.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순간 간음죄를 저지를 것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우산을 펴다가 내 눈앞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순간 그 사람을 살해할 것입니다. 점심시간에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것이며, 백화점 옷가게 앞에서는 무엇을 입을까 걱정할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오로지 나의 이름만을 위해 가장할 것이며,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볼 때도 시원한 바다에 몸을 담글 때도 주님의 영광이 아닌 나의 정욕이 채워짐에 감탄할 것입니다.
일상의 일들을 권태로와 할 것이며 그래서 마음에 정함이 없는 자로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릴 것입니다. 내 배를 신으로 섬기고 나의 밥상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기에 어떤 불의와도 타협할 것이며 개처럼 주인의 손을 할고, 돼지처럼 토한 곳에 또 다시 누울 것입니다. 가족, 친척, 친구를 가리지 않고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을 것입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보면서 마음껏 국가라는 우상과 내 자신을 한몸으로 만들 것이며, 병원 24시를 보면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질병과 죽음을 한없이 원망하며 아프지 않고 죽지 않기를 애쓰고 또 애쓸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운동하면서도 머리 속 가득, 죽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고 외치고 또 외칠 것입니다.
오늘, 이런 와중에 나는 나를 현장범으로 잡아주시는 고마운 분을 만날 것입니다. 그 분께서는 그 당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자신 외의 모든 인간은 죄의 종으로서 날마다 악마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너의 악마성을 감추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되심을 숨기기 위한 가벼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그 증거로 십자가 위에서 살과 피를 쏟고 계신 당신의 육체를 제시하실 것입니다. 그 때, 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서 떠나가달라고 비명지르듯 울부짖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죄의 종인 나를 통채로 구원하셨음을 이렇게 증거해 나가실 것입니다. 내가 떠나가달라고 애원하던지 아니던지, 입에 담지 못한 더러운 죄의 양상을 지속적으로 짜내시면서 십자가 밑에서 피비를 맞도록 이끄실 것입니다.
그래서 그 피 때문에 먹던지 마시던지 무엇을 하던지 주님의 영광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 피때문에 항상 감사하고 쉬지않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토록 하실 것입니다. 그 피 때문에 아버지께서 의로우신 것처럼 의롭게 하실 것이며, 그 피 때문에 악한 자는 손도 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결국 그 피만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