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중의 괴수와 일절 오래 참으심 사이

사도 바울은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합니다. 그런 그가 쓴 편지 중에 하나가 디모데전서입니다. 흔히 디모데를 사도 바울의 영적 아들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디모데가 사도 바울이 인정한 영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라고 예단하는 것입니다. 죄인 중의 괴수인 사도 바울의 영적 아들이라면 그 역시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정확합니다.

결국 디모데전서는 죄인 중의 괴수가 죄인 중의 괴수 중 하나를 뽑아 죄인 중의 괴수들의 모임, 즉 교회에 보내면서 쓴 편지입니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것은, 그 내용들이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로만 되어 있다는 거죠. 죄인 중의 괴수가 죄인 중의 괴수에게 당부하는 이야기가 전혀 죄인답지 않다는 거죠.

남자와 여자가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각각의 일, 감독과 집사의 직분에 합당한 자의 자격, 경건에 이르는 연습에 대한 당부, 늙은이나 젊은이를 대할 때 주의 사항 등을 열거하면서 죄인은커녕 오히려 거의 윤리적으로 완벽한, 게다가 가정과 사회적으로 성공까지 한 이상적 내용 뿐 입니다. 더 나아가 마지막 장에서는 사도 바울이 명한 모든 명령을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흠 없이 철저히 지키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고 합니다.

디모데는 이 편지를 어떻게 읽었을까요? 죄인 중의 괴수인 영적 아버지가 쓴 편지입니다. 죄인 중의 괴수가 죄인 중의 괴수인 자신에게 쓴 글입니다. 그 글이 디모데 자신이나 오늘날의 교회에까지 적용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그 모든 죄인 중의 괴수들을 예수 그리스도가 일절 참고 계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교회는 오직 십자가지신 예수님의 은혜로 살고 있는 자들이 그 사랑을 증거 하기 위해 모인 곳이므로, 사도 바울이 적은 요구사항들은 그것이 문자적으로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삼엄한 요구사항들 사이로 죄인 중의 괴수가 어떻게 긍휼을 입을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그것은 오직 일절 참고 계신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 때문입니다. 아예 율법은 옳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도 않습니다. 율법은 옳은 사람, 즉 예수 그리스도에겐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율법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그 옳은 사람, 예수가 일절 참아내고 있는 죄인 중의 괴수가 다시 하라와 하지 말라를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의 명령을 어떻게 지킬 것인 가에 착념하는 것은 십자가와는 다른 교훈이며, 신화와 끝없는 족보에 몰두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명령들은 이미 옳은 사람의 긍휼함을 입어 그 안에서 새롭게 창조된 피조물에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 안에 있지 않고, 예수 안에 있는 척하기 위해, 사도 바울의 기록을 증거로서, 율법으로서 내밀어야하는 사람들에겐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감독과 집사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에게는 십자가지신 분의 오래 참아주심보다는 사도 바울의 명령 사항을 정확히 판단해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해 집니다. 주객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사도 바울의 명령대로 무엇을 지킨 내가 돋보이게 됩니다. 내가 내린 해석과 내가 지킨 행동, 그 때마다 느꼈던 감정상태 혹은 종교적 체험과 그 유익이 쭉 뒤따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바울서신이 노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해도 죄 뿐인 죄인의 괴수!

바꿔 말하면, 죄인 중의 괴수와 일절 오래 참으심 사이에 흐르고 있는 십자가의 피! 디모데전서는 그 피의 증거 기록이지, 교회의 직분자 자격요건과 사역자들의 경건 연습을 위한 지침서가 아닙니다. 디모데전서 역시 십자가 지신 예수님 외에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죄인 중의 괴수를 일절 오래 참아내고 계신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증거 할 뿐입니다.